김동유 세오 변웅필 도성욱 박성민등 미술시장에 떠오른 블루칩 화가 40인을 소개한 [열정의 컬렉팅]의 저자. <파이낸셜뉴스>문화부 미술담당기자로 활동하면서 호기심이 반짝이면서도 팩트가 명료한 <이 작품 얼마예요>와 <박현주기자의 아트 톡톡톡>기사로 큰 인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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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현주 작성일 : 08-06-30 23:54 조회 : 2,400
제목 : 곗돈 날리게 됐다고? 걱정 마, 숨 고르기야!

미술시장, 거품이 빠진 자리
‘그림 맛’ 본 컬렉터들 안목 높아져 미술시장 경쟁력 강화



“미술시장은 성공한 사람의 마지막 취미다”(K옥션 김순응 사장)는 말은 미술은 ‘상류층의 전유물’이라는 떨떠름한 말을 뒷받침한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대중화의 물꼬를 열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미술품은 중산층들의 지갑을 쉽게 열게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지난 한해 국내 미술시장은 생애 최고 아름다운 시절을 구가했다. 국민소득 2만달러라는 기점에서 양대 미술품 경매체제가 된 경매시장은 돈넣고 돈먹기 머니게임처럼 판이 커졌다. 미술이 돈이 된다는 소문에 빌딩부자, 현금부자들이 진입했다. 컬렉터들은 웃돈에 웃돈을 주고 사서 파는 단타매매도 극성을 부렸다. 미술품경매시장은 2005년 연매출 60억 수준에서 2007년 18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또 화랑가와 아트페어의 거래 열기로 미술시장은 지난해 400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하지만 웬일인가. 올들어 미술시장이 잠잠해졌다.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인가, 숨고르기중인가.
억억 끓어올랐던 미술품 투자광풍도 작년 연말을 정점으로 올해 초에 접어들면서 아트테크 바람이 주춤거리고 있다. 박수근 화백의 경매 낙찰작품에 대한 위작시비를 비롯해, 대기업 비자금 사건에 미술품 구매과정이 연루되는 등 굵직한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다.
때문에 미술품 투자나 미술시장의 전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한국 미술시장의 최근 동향과 더불어 문제점을 돌아본다.

작품 가격 조정...미술시장은 죽지않아
지난해 하반기엔 일부 인기 작가의 작품 값이 최고 10배까지 치솟았고 품귀현상을 보였다. 그러던 것이 최근들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작품값이 조정을 받고 있고 이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작품도 잇따르고 있다. 때문에 묻지마 투자처럼 미술품투자 열기에 편승한 일부 소액투자자들은 어디에서 정확한 답변도 들을 수 없다며 답답한 속내를 비친다. 이들은 인기 작가이고 앞으로도 가격이 올라간다고 해서 구입했는데 다시 내다 팔곳도, 또 다시 산다는 사람도 없어 이대로 묻어두면 땅처럼 저절로 가격이 올라갈 것인지를 농담반 진담반으로 토해내곤 한다.
지난 한 해 쓰나미처럼 불어닥친 미술시장의 호황은 화랑과 작가들에겐 오랜만에 현금을 만져볼수 있는 ‘황금기’같은 시간이었다면 아파트처럼 몇년만 기다리면 프리미엄이 붙을 거라 생각하고 투자한 컬렉터들에게 올해는 ‘곗돈이 날리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한 심정이다.
하지만 화랑가와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미술시장이 어둡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그림맛을 본 컬렉터들이 늘어난 만큼 ‘미술시장은 죽지않는다’는 얘기다. 오히려 컬렉터들의 안목이 높아지고 고상한 취미가 깊어져 미술시장은 더욱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설명이다. 멋모르고 그림을 샀다가도 그림에 감동해 그림공부를 시작한 컬렉터들이 적지 않고 이를 눈치챈 화랑들이 아카데미를 개설, 올 미술시장은 화랑뿐만 아니라 백화점, 각종 세미나등에서도 ‘아트 강좌’가 열풍이다.
실제로 지난한해 미술품투자 열기가 뜨웠다면 올 미술시장은 미술투자서가 잇따르고 있다. 초보 투자가들을 위한 투자안내서가 쏟아지는 증권-부동산서적처럼 미술시장도 미술교양책 위주에서 미술재테크관련 출간도 줄을 잇고 있다. 현재까지 서점에 배포된 미술시장 관련서는 10여권이 넘으며 거의 최근에 발간된 것이다. 국내외 시장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부터 어떤 작가가 시장에서 블루칩작가로 주목받는지까지 매우 다양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또 미술시장이나 미술품 투자 관련 아카데미도 주목할 만하다. 작년까지만해도 아트마켓과 아트재테크 전문 강좌는 한 대학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개설한 경우가 유일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유사한 강좌는 10여개가 넘는다. 메이저 화랑이나 미술품 경매사는 물론 일부 대관화랑까지 애호가를 위한 아트마켓 강좌 개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모처럼 찾아온 미술시장의 활기와 잠재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아트마케팅 수단으로 당분간 미술투자-교육 강좌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요자의 의식변화와 명품마케팅
일부 화랑관계자는 “요즘 수요자의 안목이 날로 높아져 장사하기 참 힘들다”고 볼멘소리다. 그만큼 이젠 미술품이 단순히 감상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얘기다. 필요하다면 재테크 수단으로까지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더 이상 신선한 뉴스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너도나도 증권 공부하듯, 현장감 있는 정보수집에 재미를 붙여가는 것이다. 한편으론 수요자의 안목향상은 미술계의 마케팅 수준이나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평가다.
점차 미술품 유통의 명품마케팅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가장 큰 변화는 강남권에 집중적으로 갤러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부터 최근까지 무려 100여개의 전시공간이 새롭게 개관했는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곳이 바로 강남이다. 그중에서도 명품존으로 잘 알려진 청담동을 중심으로 갤러리들이 ‘쇼핑몰’처럼 몰려들었다.
이곳엔 이미 세계적인 갤러리들의 한국지점, 국내 메이저급 화랑의 분점, 고급스런 신규 화랑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문화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정된 고객만을 대상으로 한 VIP 멤버십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예도 적지 않다. 강남권 수요자층의 특징은 구매력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마치 명품을 쇼핑하듯 어렵지 않게 미술품을 구매한다. 때문에 국내 미술시장의 규모가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개인 고객부분까지 합친다면 현재의 통계수치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란 가정에 힘이 실린다.

스타작가 선점경쟁과 양극화 심화
국내 미술시장도 스타작가 경쟁시대를 맞았다. 인기스타를 누가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 기획사의 파워로 이어지는 연예분야처럼, 이젠 미술계도 스타작가를 누가 먼저 확보하는가 하는 점이 큰 경쟁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다할만한 스타작가는 그리 흔치 않다. 작년의 미술시장이 그렇게 소란스럽고 뜨거웠다지만, 따지고 보면 시장에서 크게 빛을 발한 작가는 줄잡아 불과 20~30명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블루칩 반열에 포함시킬만한 작가를 추린다면 절반수준일 것이고, 해외시장까지 감안한다면 다시 그 반에 채 못 미칠 것이다. 그만큼 아직은 ‘상품성’을 갖춘 작가가 드물다는 얘기다.
스타작가 기근은 곧 화랑의 양극화를 초래하게 된다. 그나마 비전 있는 작가나 두각을 나타낸 작가들은 메이저 화랑들에게 귀속되고 있어 소규모 화랑이나 신생화랑은 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위 ‘있는’ 부류에 편중된 소비 유통구조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기고 미술시장의 다양성을 저해하기 마련이다. 이는 미술문화의 메카로 자리 잡았던 인사동에 점차 기획화랑이 줄어들고 대관화랑이나 상설화랑이 늘어나는 점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부암동이나 헤이리 등에 대안공간과 상업화랑 성격을 적절히 혼합한 새로운 형식의 전시공간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점을 무척 반가운 일이다.

옥션의 대중화와 상장의 의미
최근 서울옥션이 코스닥 상장을 앞두게 되면서 큰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다. 그동안 미술시장이 제대로 몸집을 불리지 못한 것은 외부 자본을 유치할 만한 기반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중에서도 누구나 납득할 만한 객관적인 통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은 큰 약점이었다. 그나마 미술품 경매가 그 공백을 어느 정도 채워주고 있었던 실정이다. 이런 측면에서 옥션사의 상장이 갖는 의미는 매우 남다르며, 기대감이 큰 이유도 바로 선례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미술시장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는 아트옥션의 대중화 시대를 맞았다는 점이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디옥션, 엠옥션, 오픈옥션, 별옥션 등 전국에 10여개가 넘는다. 고미술 분야와 소규모까지 합친다면 족히 20곳은 넘을 것이다. 얼핏 경매사가 늘어나면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 유리하다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서로의 차별성이 없이 유사한 성격으로 숫자만 늘어난다면 과잉경쟁으로 오히려 질적 수준은 떨어질 염려가 있다. 또한 옥션사 설립에 화랑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례가 많아 기존 화랑들과의 변별력 역시 떨어져 소비자에게 혼선을 야기할 우려도 있다. 실제로 화랑에서 발표되어야 할 기성 작가들의 신작들이 버젓이 경매에 먼저 등장하는 예도 비일비재 한 점은 미술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재차 숙고해볼 문제다.

<월간중앙 6월호>‘이슈진단 그림의 新유혹‘ 게재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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